데미안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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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필독서라는 이름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만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의 저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는 유명한 문장과 막스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친구의 이름 정도만 기억에 남긴 채 책장을 덮었던 것 같습니다. 선과 악, 두 세계의 대립, 아프락사스 같은 개념들은 그저 어렵고 모호하게만 느껴졌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른이 되었고, 저는 문득 책장에 꽂힌 『데미안』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들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고, 주인공 싱클레어의 고뇌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데미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깊은 철학서였습니다.
나의 ‘데미안’은 누구였을까?
『데미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유년 시절의 밝고 안정된 세계를 떠나, 어둡고 혼란스러운 또 다른 세계를 만나며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스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친구는 싱클레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내자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줍니다.
어린 시절의 싱클레어는 부모님이 만들어준 ‘선(善)의 세계’에 속해 있었지만, 프란츠 크로머라는 불량한 친구를 만나며 처음으로 ‘악(惡)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거짓말과 죄책감 속에서 고통받던 싱클레어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데미안입니다.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무조건적인 선과 악은 없다는 사실을 싱클레어에게 일깨워 줍니다.
책을 다시 읽으며 문득 생각해 봅니다. 내 인생의 ‘데미안’은 누구였을까? 나를 둘러싼 기존의 세계에 안주하려 할 때,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준 존재가 있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것은 특정 인물일 수도 있고, 한 권의 책, 혹은 내면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데미안』을 관통하는 이 가장 유명한 문장은, 어른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여기서 ‘알’은 나를 보호해 주는 안락한 환경이자, 동시에 나를 가두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세계입니다. ‘투쟁’은 그 껍질을 깨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면의 치열한 싸움을 의미하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알’ 속에서 살아갑니다. 학교, 직장, 사회가 정해놓은 규범과 기대라는 알 속에서 안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답답함과 의문을 느끼며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입니다. 『데미안』은 바로 그 순간,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는 고통을 감수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선과 악을 모두 끌어안는 신 ‘아프락사스’를 향해 날아오르라고 우리를 독려합니다.
마치며
학창 시절의 『데미안』이 혼란스러운 청소년기의 방황을 그렸다면,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데미안』은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끊임없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이 정해놓은 이분법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헤세가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요?
혹시 당신의 마음속에도 깨뜨리고 나와야 할 낡은 ‘알’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이 가을, 『데미안』을 다시 한번 펼쳐 들고, 당신의 알은 안녕한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